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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기 재테크 전략은 채권과 미국증시
한국은행이 통화 긴축에 마침표를 찍고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면서 재테크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예·적금 비중을 점차 줄이되 금리 인하 국면에 기대수익을 높일 수 있는 채권과 미국, 중국 주식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금리 전환기를 맞아 이미 채권으로 ‘머니 무브’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 전망과 국내 주식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투자 대기 자금이 채권형 자산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추가 변동성이 예상된다는 점도 안정적인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채권투자 늘고 있어요
기준 금리 인하기에 채권 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이 높아질 것으로 봐서 운용 자금을 예금에서 채권으로 돌리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채권은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만기 때 확정된 수익(이자)을 확보할 수 있고, 채권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중금리가 낮아지면 채권값이 올라 보유한 채권 수익률도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국내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 중 채권 보유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8% 급증했습니다
해외주식 투자 늘고 있어요
‘국장(한국 증시)’ 대신 ‘미장(미국 증시)’을 선호하는 개미 투자자의 패턴을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대학생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식 투자 동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72%가 ‘해외 주식에 투자 중’이라고 답했습니다.
투자 지역은 미국(86%)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2030 세대가 미국 증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럿입니다.
부모 세대는 해외 투자 시스템이 구비돼 있지 않고 정보에 어두워 한국 주식 시장 너머를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젊은 층은 방대한 해외 정보를 토대로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섭니다.
한편, 국내 기업 실적 하락, 외국인·기관을 쫓지 못하는 정보 비대칭, 금융 투자 소득세 등 각종 규제 등이 ‘국장’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꼽히기도 합니다.
해외 주식 보유자산도 전년 동기 대비 33.5% 늘어 투자가 많았습니다. 반면 국내 주식 보유자산은 1년 새 2.4% 늘어나는데 그쳐 주요 자산 중 증가율이 가장 낮았습니다.
지지부진한 수익률로 인해 국내 증시를 이탈해 채권과 해외 주식 투자 늘리는 흐름이 늘어난 것입니다.
왜 미국증시로 가나
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장(국내 증권 시장)’에서 ‘미장(미국 증권 시장)’으로 물밀듯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보유액은 13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이 중 미국 주식이 90%입니다.
연초 이후 개인 투자자는 10조 원 가까이 순 매수한 반면, 한국 증시에서는 8조 원가량을 매도했습니다.
한국 증시는 발버둥을 쳐도 오르지 않는데, 미국 증시는 실적이 따라주면 주가가 충분히 반영합니다.
JP 모건 자산운용에 따르면 최근 10년(2014~2023년) 동안 한국 지수는 연평균 3.6% 상승했습니다.
미국(12%)이나 일본(5.3%) 등과 비교해 격차가 큽니다.
10년 평균 수익률이 3%대라면 그냥 예금에 돈을 넣는 편이 낫다는 말이 나올 법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주식 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 수준입니다.
개미 투자자들은 “미국은 예측 가능하다”라고 입을 모읍니다.
미국에서는 ‘잘 나가는(실적 향상이 예상되는)’ 스타 기업을 찾기 쉽고, 주가가 실적 상승을 반영합니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라는 자본 시장의 오랜 투자 원칙대로 움직였습니다.
AI라는 ‘넘사벽’ 테마가 부각돼서만은 아닙니다.
전통·신사업을 막론하고 실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사례는 미국에서 흔합니다.
의류 기업 아베크롬비의 1년 전 주가는 26달러였습니다.
7월 3일 기준 주가는 183달러로 무려 7배가 뛰었습니다.
아베크롬비는 지난해 미국에서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 중 하나입니다.
주가가 오른 이유는 매 분기 기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입니다.
미국증시로 얼마나 이동했나
올해 들어 국내 9개 증권사에서 달러를 환전해 미국 주식을 매매한 계좌가 710만 개를 넘어섰습니다.
작년 말보다 50만 개 이상 급증한 것입니다.
특히 2030대 투자자들의 경우 올 상반기 매수 상위 10대 종목 중 절반 이상이 미국 S&P500, 나스닥100 지수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일 정도로 미국 증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국내 증시 투자액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미국 주식 투자액은 매년 급증세입니다.
2024년 10월 현재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 금액은 917억 달러에 달합니다.
2019년 말 84억 달러 수준이었는데, 5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우리나라 증시의 문제점
한국은 기업이 이익을 내도 주가는 뜨뜻미지근합니다.
지난해 코스피 이익 성장률은 22%였는데 주가 상승률은 19%에 불과했습니다.
S&P500 이익 성장률이 6%였는데 주가가 24% 뛴 ‘미장’과는 대조적입니다.
코스피 시총 21%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지 못하면 코스피 반등은 사실상 힘듭니다.
삼성전자 부진과 함께 한국은 G20 국가 중 고점을 경신하지 못한 7개국(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중국, 이탈리아, 사우스, 브라질) 중 하나가 됐습니다.
게다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주가 조작이나 대주주의 갑작스러운 매도, 임직원 횡령배임 사건 등은 ‘K-증시 패싱’을 부릅니다. 지난해 주가 조작 사건에 연루된 상장사는 15곳입니다.
특히 지난해 4월 라덕연 일당은 2~3년에 걸쳐 주가를 최대 20배 가까이 끌어올리는 신종 기법으로 투자자를 황당하게 했습니다.
주가 조작이 훑고 지나간 종목은 줄하한가 사태가 이어졌고, 그 피해는 온전히 개미들이 떠안게 됐습니다.
반면 미국 증시는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작전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 세력이 활동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내부자나 기관 투자자들이 좋은 실적을 먼저 알고 선매집한 뒤 실적 발표 뒤 주가가 되레 하락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주가는 실적의 함수’ 대신 ‘뉴스에 팔라’는 말이 한국 시장에서 더 잘 통합니다.
금융 투자 소득세 논란 역시 K증시를 외면하게 하는 요인입니다.
기업 경쟁력, 성장성, 주가 예측 가능성, 공정성 등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좋은데, 한국의 유일한 강점은 세금 제도였는데, 금투세를 부과하면 이마저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