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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삿짐을 쌀 때 가구를 다 팔아서 현금화한 다음에 새집 가서 새가구 다시 다 사라고 하면, 이사하시겠어요?
너무 귀찮아서 웬만하면 그냥 살던 집 살거같아요.
지금까지 퇴직연금계좌를 다른 회사로 옮기려면 이런식이었어요.
이전 계좌에서 투자하던 상품 싹 팔고, 새 계좌에서 상품 다시 싹 사야 됐습니다.
이제는 바뀝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란?
퇴직연금을 이전, 옮기는데 실물로 옮길 수 있게 해준다는거에요.
이전에는 연금 계좌를 예를들어 A은행에서 B증권사로 옮긴다면 기존 계좌에 있던 상품을 다 팔고, 현금을 들고 옮겨야 했어요. 이렇게 하면 문제가 있죠.
해외 펀드같은 경우 팔고 사고하는 처리기간만 거의 일주일이 걸려요.
또 새로운 계좌에서 다시 매수해야 하니까 그것도 귀찮고. 이전에 수익이 나고 있던 걸 팔고 사니까 계좌에서 수익률이 0%로 리셋되어서, 내가 연금에서 돈을 얼마나 잘 굴리고 있는 건지 계산도 한눈에 하기 어려워요.
만약에 주식에 투자하던걸 팔았어요.
그런데 옮기는 며칠 사이에 주식시장이 갑자기 막 올라버린겁니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을 그 상승기를 기다리면서 투자해왔는데, 그걸 딱 놓칠 리스크도 있는 거죠.
또 만약에 퇴직연금 계좌에서 정기예금을 들고 있었다면 만기가 될 때 까지 기다리거나, 아니면 중도해지하고 계좌를 옮겨야 하는데 또 중도에 해지하면 대부분 수수료를 떼죠.
이런저런 문턱이 지금까지는 이렇게나 많았습니다.
어떤게 달라지나?
2024년 10월 31일 이후부터는 이제 가지고 있던 상품 그대로 다른 금융사로 퇴직연금 계좌를 옮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래도 사람들이 더 쉽게 연금을 이사하겠죠?
그러면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객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을 더 치열하게 벌일 겁니다.
더 이상 우리를 잡아둔 물고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잘 안해주면, 수수료가 비싸면, 투자하기가 불편하면, 언제든 떠날 수도 있겠네? 라고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좀 더 잘해주려고 하겠죠.
우리 입장에선 좋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겁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왜할까?
수수료 비교
업권별로 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은행이 제일 비싸고 생명보험 증권 손해보험 순이예요.
그런데 우린 업권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가입한 곳은 얼마고, 다른 회사는 얼만지가 중요하죠.
이 정보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통합연금포털에 가시면 거기에 퇴직연금 비교공시라는 메뉴가 있어요.
여기서 회사별로, 또 유형별로 총비용이 어느 정도 드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퇴직연금 계좌에서 살 수 있는 상품 수 비교
연금 사업자마다 투자할 수 있는 상품 라인업이 몇 개쯤 되는지가 중요할 텐데. 이게 공시가 되는 사항이 아니라서 한 번에 찾기는 어려워요.
각 회사 홈페이지마다 '퇴직연금 상품제안서'라는 걸 공개하고 있는데 여기 들어가서 뜯어봐야 됩니다.
보통 은행은 원리금 지급형 상품 라인업이 좋고, 증권사는 펀드나 ETF 라인업이 더 좋습니다.
ETF만 놓고 봤을 때 은행 퇴직연금 계좌에서 매수할 수 있는 ETF는 대략 100~140개 정도. 증권사는 600~700개 가량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대상 금융사가 편리한가?
상품 매매, 특히 연금 계좌에서 ETF를 사고팔 때 어느 쪽이 더 편리한가 인데요.
이건 증권사가 압도적으로 편합니다.
일단 은행은 주식을 실시간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시스템이 없잖아요.
반대로 증권사는 그 시스템이 본업이고요.
그러다 보니 연금계좌에서 증권사를 통하면 장중에 실시간으로 ETF를 사고 팔 수 있는데 비해, 은행은 주문을 모아놨다가 하루에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한꺼번에 처리합니다.
은행중에 제일 빠르게 ETF를 매매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갖춘 곳이 하나은행인데, 여기도 주문을 넣으면 15분 뒤에 처리가 돼요.
좀 적극적으로 ETF를 사고 팔 분이라면 이런 점도 고려해 봐야겠죠.
실물이전 절차는?
퇴직연금 이사를 가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은 내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실물을 옮길 수 있는지 여부. 이걸 먼저 따져봐야 됩니다.
왜냐면 모든 상품이 실물이전이 되는 건 아니에요.
예금 채권 ETF 등 대부분 상품은 그대로 옮길 수 있지만, 리츠 머니마켓펀드(MMF) 주가연계증권(ELS) 같은 상품은 지금처럼 상품을 팔아서 현금화한 다음 이전해야 됩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내가 옮기려는 회사가 지금 내가 보유 중인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야 돼요.
그게 아니라면 이것 역시 팔고 현금으로 이사해야 됩니다.
어떤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고, 어떤 건 현금화해서 옮겨야 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게 각 금융사에서 '실물이전 가능여부 사전조회'라는 서비스를 엽니다.
실물이전할 때 주의할 점
퇴직연금 이사를 할 때 주의할 점도 몇 가지 짚어볼게요.
일단 DC형에서 다른 회사 IRP로 실물이전은 안 돼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면 DC형에서 투자하던 걸 IRP 계좌로 옮겨야 되잖아요.
이럴 때 바로 타사로 옮기는 건 안됩니다.
DC는 DC형끼리, IRP는 IRP로 끼리만 옮길 수 있어요.
대신 같은 회사 안에서 DC형에서 투자하던 펀드를 IRP 계좌로 옮길 순 있거든요.
그다음에 타사에 IRP 계좌를 터서 거기에 옮기는 거죠. 이건 가능합니다.
ETF 같은 경우는 현금화하는데 이틀이 걸리니까 빠른 편인데 주식형 펀드 같은 경우는 파는데 이틀 현금화하는데 또 며칠 해서 거의 일주일이 넘게 걸리거든요.
이 경우에는 제일 늦게 걸리는 상품을 기준으로 일처리가 되기 때문에 이전 절차가 길어질 수 있어요.
보통은 문제없으면 3일째에 이사를 마무리할 수 있는데, 해외 펀드가 끼어있으면 일주일 이상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금저축 펀드는 퇴직연금이 아니라서 이번에 시작되는 실물이전 제도에 포함이 안됩니다. 여전히 계좌 바꾸려면 다 현금화하고 이사해야 합니다.